2008년 04월 30일
음식, 사랑하는 사람.

사진은 이번 주에 실습한 두릅저냐, 두릅산적, 쑥갠떡, 맛살찌개.
이번 학기에 실습은 양식조리와 한식조리를 듣고 있다.
몸의 피곤함으로 따지자면야 한식이 훨씬 힘들고 고달픈데도
(워낙 손이 많이 가는데다 교수님 시연시간도 장난이 아니니)
양식보다는 한식시간이 더 즐거운 것은 참 - 취향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걸까.
집을 나와서 사는데도 나는 집에서 살 때보다 더 밥을 잘 챙겨먹고 있다.
기숙사 밥도 워낙에 잘 나오는데다가 매 실기시간마다 남기지 않고 잘 먹어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려나. 그 덕에 살도 포동포동포동포동쪄서 이젠 수습이 안 될 지경이다-_-
그래, 5월부터 다이어트를 해보겠다고 다짐은 하고 있는데 잘될런지는 이제 모르겠다()
집에서 살 때는 그에게 뭔가를 참 자주 만들어다줬다. 주로 빵, 과자였지만
그도 워낙에 달달한 걸 좋아하는지라 갖다주면 갖다주는대로 맛이 있긴없건 참 잘 먹어줬다.
여성 노동이건 뭐건 그런거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내 음식을 잘 먹어주는건 그저 기뻐지는 일이더라.
거기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건 참 예뻐보이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난 그에게 음식을 주는 걸 참 좋아했다.
그래서 기숙사에 들어오면서 가장 아쉬웠던건 그에게 음식을 주기 어려워지겠구나-하는 점이었다.
가끔 그의 집에 갈 때는 그가 직접 밥상을 차려주다보니 더더욱 요리할 틈이 없다()
그래도 그나마 실습이라도 하니까 종종 떡같은 건 가져다 주게 된다. 맛나게 먹는 모습이 그저 이쁠 뿐.
사귄 이래 맛있는 걸 많이 먹이려고 참 애쓴 것 같다.
애썼다기보다는 내가 만든 거든, 밖에서 먹는 거든, 가능한 맛있는 걸 먹게 해주고 싶었다.
가능한 좋은 걸로, 가능한 맛있는 걸로.
그를 만나면서 나는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왜 그렇게 좋은 걸 주려고 애쓰는지 백분의 일쯤은
이해한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남자친구한테 정신 팔려서
정작 가족에게는 신경안쓰고 있는 내 모습에 좀 죄송할따름(....) 뭐 젊은 날의 모습이려니.
아무튼 그 덕에 그는 작년 여름에 열심히 운동해서 뺀 살이 다시 다 쪄버렸다고,
벨트가 한칸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웃으면서 푸념아닌 푸념을 은근히 늘어놓는다.
삶에 있어서 음식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보니,
내게 있어 사랑은 어쩌면 음식의 한 형태인 것도 같다.
미묘하게 살이 오른 그를 보면서 만족하는 내 속내를 알면 그는 특유의 난처한 미소를 지어줄까.
사랑하고 있다.
내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
언젠가부터 음식도, 그도. 내 삶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있다.
중독성있어 가끔은 두렵지만, 행복한 삶의 형태.
# by | 2008/04/30 17:06 | 일상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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