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사랑하는 사람.



사진은 이번 주에 실습한 두릅저냐, 두릅산적, 쑥갠떡, 맛살찌개.

이번 학기에 실습은 양식조리와 한식조리를 듣고 있다.
몸의 피곤함으로 따지자면야 한식이 훨씬 힘들고 고달픈데도
(워낙 손이 많이 가는데다 교수님 시연시간도 장난이 아니니)
양식보다는 한식시간이 더 즐거운 것은 참 - 취향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걸까.


집을 나와서 사는데도 나는 집에서 살 때보다 더 밥을 잘 챙겨먹고 있다.
기숙사 밥도 워낙에 잘 나오는데다가 매 실기시간마다 남기지 않고 잘 먹어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려나. 그 덕에 살도 포동포동포동포동쪄서 이젠 수습이 안 될 지경이다-_-
그래, 5월부터 다이어트를 해보겠다고 다짐은 하고 있는데 잘될런지는 이제 모르겠다()

집에서 살 때는 그에게 뭔가를 참 자주 만들어다줬다. 주로 빵, 과자였지만
그도 워낙에 달달한 걸 좋아하는지라 갖다주면 갖다주는대로 맛이 있긴없건 참 잘 먹어줬다.
여성 노동이건 뭐건 그런거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내 음식을 잘 먹어주는건 그저 기뻐지는 일이더라.
거기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건 참 예뻐보이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난 그에게 음식을 주는 걸 참 좋아했다.
그래서 기숙사에 들어오면서 가장 아쉬웠던건 그에게 음식을 주기 어려워지겠구나-하는 점이었다.
가끔 그의 집에 갈 때는 그가 직접 밥상을 차려주다보니 더더욱 요리할 틈이 없다()
그래도 그나마 실습이라도 하니까 종종 떡같은 건 가져다 주게 된다. 맛나게 먹는 모습이 그저 이쁠 뿐.

사귄 이래 맛있는 걸 많이 먹이려고 참 애쓴 것 같다.
애썼다기보다는 내가 만든 거든, 밖에서 먹는 거든, 가능한 맛있는 걸 먹게 해주고 싶었다.
가능한 좋은 걸로, 가능한 맛있는 걸로.
그를 만나면서 나는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왜 그렇게 좋은 걸 주려고 애쓰는지 백분의 일쯤은
이해한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남자친구한테 정신 팔려서
정작 가족에게는 신경안쓰고 있는 내 모습에 좀 죄송할따름(....) 뭐 젊은 날의 모습이려니.
아무튼 그 덕에 그는 작년 여름에 열심히 운동해서 뺀 살이 다시 다 쪄버렸다고,
벨트가 한칸씩 늘어나고 있다면서 웃으면서 푸념아닌 푸념을 은근히 늘어놓는다.

삶에 있어서 음식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보니,
내게 있어 사랑은 어쩌면 음식의 한 형태인 것도 같다.
미묘하게 살이 오른 그를 보면서 만족하는 내 속내를 알면 그는 특유의 난처한 미소를 지어줄까.


사랑하고 있다.
내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

언젠가부터 음식도, 그도. 내 삶의 한 형태로 자리잡아있다.
중독성있어 가끔은 두렵지만, 행복한 삶의 형태.


by 열쇠。 | 2008/04/30 17:06 | 일상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봄 내음이 물씬 나는 실기 실습.



오랜만에 실기 실습 사진.
봄도 됐고하니 우리 소녀같은 교수님, 진달래 화전은 꼭 하셔야한다고 하셔서
나는 아침부터 기숙사 언덕에 올라가서 진달래를 따오고()
각 조별로 근 50송이씩은 따왔으니 우리 학교 진달래 오늘 많이 도난된 듯 싶다(...)

진달래 화전. 오미자 진달래 화채. 오미자 챙면 화채. 쑥 버무리.

진달래 화전은 나도 처음하는 거라 두근두근-했는데, 맛도 모양도 좋아서 만족했다. :-]
팬에 지진 뒤 막 뒤집었을 때 색이 어찌나 예쁘던지. 두근두근 ♡
쑥 버무리는 찜통을 막 열었을 때 풍기는 그 쌉싸름한 쑥향기.
(하긴 내가 찜통에 담을 때 무작위로 쑥을 엄청 넣긴 했다)
쫄깃쫄깃한 챙면을 넣은 새콤한 오미자 화채.
봄 내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한식 실기 시간.

한식은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나라 전통 음식들이 얼마나 멋진지- 우리 선대들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음식을 즐겼는지를 깨닫게된다. 서양음식도 물론 굉장히 좋아하지만
배워갈수록 서양음식보다 우리 한식을 좋아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인 듯 싶다.
그 세세한 부분에 담긴 과학적 지식이라든가- 그 섬세한 아름다움, 음식에 담긴 깊이.

요즘 진로문제 때문에 한창 머리 아파 죽을 지경인데다가
그 문제 때문에 어제 애인님이랑도 어찌어찌 의견이 안맞고 그래서
기분도 종일 안좋고 몸도 따라서 너무 안 좋은 상태였는데,
실기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내 손에서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은 - 참 뭔가 표현 안 되는 감격이라고 해야하나.

그래, 행복해진다- 고 할 수 있겠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 난 행복해지는구나.



by 열쇠。 | 2008/04/15 20:57 | 내가만든요리-_)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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